일본 영화 이야기; 

전국시대 영화(2) 영화에 담긴 가와나카지마, 

하늘과 땅과(天と地と)



가와나카지마 전투와 카도가와 하루키 감독


 일본 전국시대에는 도요토미의 몰락을 알린 오사카 여름의 진, 전국시대의 패자를 정한 세키가하라 전투, 다케다 가문이 몰락한 나가시노 전투 등 수많은 전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최고의 전투는 다름 아닌 '가와나카지마 전투'가 아닐까 합니다. 에치고의 용 우에스기 겐신 그리고 가이의 범 다케다 신겐이 서로 자웅을 겨룬 그 전투는 일본 전국시대를 아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이 명전투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하늘과 땅과'입니다. 1968년에 간행된 카이온지 쵸고로의 동명소설  「하늘과 땅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가와나카지마 전투를 훌륭히 그려냈습니다.



  불행한 과거사를 지닌 카도가와 하루키 감독은 아버지의 재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걸작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야심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하늘과 땅과'입니다.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은 총 제작비 50억엔에 엑스트라 수 6만 5천명, 말의 수는 2만 마리 일본내에서 촬영 장소를 찾지 못해 전원을 케나다 로키 산맥까지 데려가서 촬영했습니다. 그렇기에 망작은 아니었지만 무려 십억여엔이나 적자가 나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 이후로 여러가지 추문에 휘말리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하루키 감독의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각주:1]



'하늘과 땅과'의 역사적 배경


 '하늘과 땅과'은 나가오 카게토라(우에스기 겐신의 예전 이름)가 에치고를 정벌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무능한 형인 나가오 하루카게를 무찌르고 에치고를 정벌했습니다. 한편 아버지를 내쫓고 가독을 상속한 다케다 신겐은 험준한 가이의 산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웃한 시나노국으로 눈을 돌립니다. 스와를 시작으로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다케다 신겐에 차례로 점령당해 갑니다. 이에 북시나노의 무라카미 요시키요는 에치고의 우에스기 겐신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이로 인해 1~5차 가와나카지마 전투가 발발하게 됩니다. 자세한 경위는 제 다른 블로그인 '역사이야기'의 포스팅들을 링크해 놓겠습니다.




우에스기의 용과 가이의 범




"옴데시라 만다야 소카, 옴데시라 만다야 소카...."


 영화는 나가오 카게토라(겐신)이 비사문당에서 기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형인 나가오 하루카게를 꺽고 에치고를 통일한 그는 죄책감을 느껴 자신의 생을 비사문천에게 바치려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 우에스기 겐신입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있지만 포커스는 맞춰지지 않고, 그의 라이벌인 다케다 신겐 역시 단순한 평면적 인물로 등장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에스기 겐신은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성장해 갑니다. 이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그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케다는 일본을 제패하기 위해 싸운다네, 허나 나는 내 땅을 평화롭게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결국 유유부단한 그의 모습에 실망한 쇼다 가문은 반기를 듭니다. 화친의 사신을 죽여버린 쇼다에 보복하기 위해 쇼다의 부인과 아들을 죽이라 하는 우사미 사다미츠의 말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가오 카게토라(겐신)은 이 전투 뒤에 에치고 카스가야마(겐신의 거성)을 떠나 순례길을 떠나 버립니다. 허나 하필이면 이때 오쿠마 가문이 반기를 들게 되어 에치고는 위기에 빠집니다. 카게토라(겐신)을 설득하기 위해 떠난 가신들은 까사스로 그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충신 우사미 사다미츠는 걱정스레 바라봅니다.



우에스기 겐신 성장하다




"미안하네..."


 하지만 하필이면 그때 다케다군의 군세가 지나갑니다. 카게토라(겐신)과 가신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그들을 보내려 하지만, 하필이면 눈이 떨어져 놀란 아야(신겐의 애첩)의 말이 달려들어 이를 막으려다 다케다의 분노를 사 가신 중 한 명이 베어져 버립니다. 여기서 카게토라(겐신)은 한 차례 성장하게 됩니다.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이 난세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후에 카게토라(겐신)은 부하에게 신겐의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헛소문을 퍼트리라며 말합니다. "공평한 싸움만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가끔씩은 잔인해져서 공포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



1차 가와나카지마 전투 발발





 성장한 카게토라(겐신)은 가와나카지마에서 신겐과 맞붙게 됩니다. 가와나카지마에서 한 수 씩을 주고받은 뒤 대치하던 우에스기군과 다케다군. 신겐의 애첩인 아야는 자신의 여군들을 이끌고 도발을 하고, 가신의 원수인 그녀를 본 카게토라(겐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총으로 그녀를 쏴 죽여 버립니다. 바로 전 쇼다의 반란군에서 적장의 가족을 죽이는데 주저를 보이던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녀의 죽음 뒤 다케다군은 퇴각해 첫번째 대결은 이렇게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끝까지 우사미 사다미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신을 자신의 손으로 베다




"죽을 자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란을 일으킨 우사미 사다미츠, 이 손으로 베었다!"


 놀랍게도 우사미 사다미츠는 반란군을 이끌고 카게토라(겐신)의 눈앞에 나타납니다. 우사미 사다미츠는 반란으로 위장해, 반란군을 스스로의 손으로 처단하는 카게토라(겐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우에스기군을 한데 모으려 한 것입니다. 겐신은 자신의 손으로 우사미 사다미츠의 목을 베며 한번 더 성장합니다. 우사미 사다미츠의 딸인 나나는 사실 카게토라(겐신)과 서로 연정을 가지고 있던 여인입니다. 그녀에게 카게토라(겐신)은 직접 사다미츠를 자신이 죽였다는 것을 전달합니다. 후에 그녀는 자살하고 자신의 피리를 카게토라(겐신)에게 전달합니다.



4차 가와나카지마 전투[각주:2]




"우리는 오늘 저 강을 건넌다!"


 나나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나가오 카게토라는 머리를 밀고 불교에 귀의해 드디어 우에스기 겐신으로 재 탄생합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 안개를 이용해 다케다 신겐의 목을 얻어 내려 합니다. 그리고 전국시대 최대의 명장면 중 하나인 제 4차 가와나카지마 전투가 일어납니다. 안개를 끼고 비사문천의 진언을 읊으며 진군하는 우에스기군,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던 신겐은 어느새 몸을 빼 달아났습니다. "10할 중 6할이 승리라면 그것은 바로 승리지."라며 이동하던 그의 배후에 우에스기 겐신이 등장하고 드디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에치고의 용과 가이의 범의 맞대결이 성사됩니다.



 붉은 다케다 군대와 흑의 우에스기 군대의 가와나카지마 결전은 비교적 철저한 고증과 적과 흑의 대비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엄청난 제작비 답게 1990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큰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나다까지 가서 원하는 풍경을 찍은 것 답게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그 중 몇 장면을 슬라이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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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자른 대작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분명 대작이긴 하지만, 대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국시대의 매력 중 하나가 생동감있게 살아숨쉬는 인물들인데, 우에스기 겐신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징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우에스기 겐신을 성장시키는 사건들 역시 비극이나 인간적 고뇌가 충분히 보여지지 않아 우에스기 겐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케다 신겐역시 아야와의 관계가 충분히 보여지지 않아 아야를 잃은데에 대한 슬픔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아 몰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와나카지마 전투를 실제로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영화입니다.


  1. 그는 2005년에 '남자들의 야마토'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본문으로]
  2. 영화에서는 두번째 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4차 가와나카지마 전투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간의잡동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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